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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곰과 싸우는 장면을 보고싶다면 이 영화는 어떠세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리뷰]

2015년 개봉

감독 :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줄거리 : 디카프리오가 겁나 현실감 넘치게 자연에서 살아남아서 복수를 한다.

 

 

베어그릴스 아시나요? 단백질하면 떠오르는 분.

 

베어그릴스를 상징하는 대사

 

이 분이 유명해지게 된 게 'Man vs Wild(인간과 자연의 대결)'라는 생존 다큐 때문이거든요. 진짜 별의별 방법으로 야생에서 살아남는 모습이 나오는 데, 이런 거 보는 게 정말 재밌습니다. 근데 레버넌트도 똑같더라고요. 디카프리오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연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뭐 얼마나 특이했길래 그래요?]

 

말 시체에 들어가서 추위를 피하질 않나, 곰하고 맞짱 뜨질 않나 진짜 신기한 장면들이 많아요. 근데 이런 것들이 영화니까 그럴 수 있지하는 생각이 전혀 안들만큼, 아주 리얼하고 사실적으로 연출돼서 엄청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보다보면 이젠 또 어떻게 살아남을까, 어떤 장면이 나올까 하는 그런 기대를 가지면서 보게 되죠.

 

곰과 싸우는 장면이 백미

 

[복수는 뭔가요]

 

디카프리오가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으려하는 동기가 바로 복수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심이자 메인테마이기도 하죠. 등장인물이 복수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이 영화를 크게 둘로 나누면 하나는 자연과 인간또 하나는 복수일겁니다.

 

 

 

[대체 무슨 복수인가요]

 

 

결국 가족의 복수에요. 인디언도, 디카프리오도.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 순간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죠. 근데 이게 자연발생이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남 때문이다? 그 감정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렇게 생긴 극한의 분노가 복수의 결심으로 이어지고, 관객이 디카프리오가 어떻게든 살아남길 응원하게 만드는, 몰입의 장치가 되는 겁니다. 디카프리오와 내가 동일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핵심 매개체인거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저는 복수의 위험성과 허무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요. 아들의 죽음에서 시작된 복수, 딸을 빼앗긴 것에서 시작된 복수, 가진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는 것에서 시작된 원한들.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굴레가 만들어내는 비극을 다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끝이 행복한가? 에 대한 대답은 모든 것이 끝난 후 카메라에 비치는 디카프리오의 표정을 보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뫼비우스의 띠가 떠오른다

 

[인디언??]

 

, 그게 이 영화의 배경이 19세기에 미국 인디언 지역을 개척해나가던 시기거든요? 저는 관련된 역사를 자세히 배운 적은 없고 그냥 이런 시기가 있었다 정도만 간략하게 알고 봤는데, 저처럼 따로 배경지식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아마 내용이해나 몰입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갑자기 왜 미군이 공격을 당하는지, 가죽은 왜 모으는 건지, 좀 당황스럽거든요. 그래서 이해를 위해 정말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미개척지역, 즉 인디언들의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백인들하고 인디언사이에 아무래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었겠죠? 그리고 이게 인디언 입장에선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보니까 되게 필사적이었을 거 에요. 당연히 서로 죽이는 일도 있었을거고... 그러면서 이제 자연스럽게, 마주치기만하면 서로 목숨을 위협하는 그런 관계가 된 거죠. 이정도만 알고 보셔도 아마 내용이해는 충분할거에요.

 

아메리카 역사와 인디언

 

[잔인한 장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좀 있긴 해요. 팔 잘리는 거라던 지, 남자의 그 부분을 자른다던지. 그래도 이게 막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 에요. 악마를 보았다, 쏘우 같은 이런 고어물처럼 그 잔인한 장면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영화에 관객이 더 잘 몰입할 수 있게끔, 현실감을 높이는 장치로서 쓰인 수준이에요. 그래서 엄청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던가 하는 장면은 별로 없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전체적으로 되게 세련된 잔인함이라고 느꼈는데, 관객분들! 이거 좀 보세요! 이 영화가 이렇게 잔인하답니다? 하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은근히 보이게끔 넣으면서 영화가 아니라 진짜 현실처럼 느껴지게, 되게 깔끔하게 다가오는 그런 잔인함이었어요.

 

이정도로 잔인하진 않으니 걱정ㄴㄴ

 

[디카프리오 이걸로 상 받았잖아요]

 

, 수상할만해요. 영화보고나면 그냥 디카프리오밖에 기억에 안남을 정도로 연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살아있는 생선 먹는 씬 보면서 저게 실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리얼해서 감탄했었거든요. 최민식씨나 송강호씨의 연기에서 느꼈던 강렬함이랑 약간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해요. 중년의 남성배우가 뿜어내는 힘, 가족이 얽혀있을 때 아버지가 느끼는 무게감 같은 것들이 확 전달되는, 엄청난 연기였습니다. 대자연속에서 한 명의 인간이 얼마나 힘없고 나약한지를 보여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의지와 생존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같은 서로 상반된 두 감정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건 연출이나 전개의 완성도만이 아니라, 디카프리오였으니까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또 이것저것 상 받았던 거 같은데]

 

뭐 촬영상, 미술상, 분장상 등 후보에 오른 부문도 많고 상 받은 것도 있었을 거 에요. 저는 카메라 연출에서는 말가죽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와서 서 있는 디카프리오를 태양이 쫙 비추고 있는 장면에서, 와 카메라 대박이네.. 싶더라고요. 그 외에도 자연을 한 눈에 보여주는 여러 장면들에서 '와 진짜 아름답게 담았다, 연출적으로 상을 받네 마네 할만하다'라고 느꼈습니다.

 

상 받을만한 연기였다

 

[그래서 영화 추천함?]

 

사실 쭉 다 보고나면,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한편의 다큐를 본 듯한 느낌이 강해요. 자기가 평소 관심 있던 분야면 모를까, 다큐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기는 좀 힘들잖아요, 호불호도 갈리는 편이고. 아마 이 영화도 딱 그럴 거 같아요. 특별한 소재나 신박한 내용전개 등에서 느끼는 자극적인 재미는 별로 없어요. 그래서 보고나면 '아 재밌었다'라고 느끼기는 힘들 거 같아요. 그래도 이런 고급진 맛의 생존다큐라면 한번 쯤 볼만하지 않나 싶어요. 여태까지 이런 장르의 영화를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만약 보신다면 새벽이나 오후의 한적한 시간에 차분하게 감상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한 줄 평 : 복수에 미친 디카프리오 버전의 Man vs Wild

평점 : 7점